히가시노 게이고 장편소설 ‘마녀와의 7일’을 읽었다.
‘라플라스의 마녀’ 후속작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앞의 이야기를 모르더라도 충분히 재밌게 읽을 수 있다.
나도 라플라스의 마녀, 마력의 태동을 읽었지만 이제 그 구체적인 내용은 기억이 안 난다. 마녀와의 7일을 읽기 전 조금 걱정했었다. 별 문제 없었다.
1. 줄거리
리쿠마라는 남자 중학생의 아버지가 어느 날 강가에서 시신으로 발견된다.
아버지 쓰키자와 가쓰시는 전직 경찰. 지명 수배자의 사진을 보고 그들을 추적하고 체포하는 데 특별한 능력이 있는 인물이었다.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지명수배자가 그 어떤 방법으로 모습을 바꿔도 사진 한 장에서 느껴지는, 변하지 않는 무언가를 캐치해낸다. 지명수배자들은 빠져나갈 재간이 없다.
그런 가쓰시가 왜 갑자기 사망했는가. 타살로 결론을 낸 경찰은 수색에 나선다. 그 과정에서 담당 형사 와키사카 다쿠로는 뭔가 미심쩍은 느낌을 받는다. 경찰 조직이 무언가를 숨기고 있고 그것이 쓰키자와 가쓰시의 죽음과 관련이 있다는 것.
한편, 아들 리쿠마 또한 단짝 친구 준야와 나름의 추리를 시작한다. 그러다 아버지가 어머니의 죽음 이후 다른 여성과 관계를 맺었고 그 사이 딸도 생겼다는 걸 알게 된다.
공교롭게도 리쿠마의 이복동생은 익스체드, 이 소설의 제목에서 ‘마녀’라고 표현된 우하라 마도카와 같은 특별한 능력자였다.
(익스체드는 exchanged의 준말, 장애와 맞바꿔 얻게 된 특별한 능력이라는 뜻)
이렇게 리쿠마와 준야, 우하라 마도카와 리쿠마의 이복동생 나가에 데루나, 형사 와키사카에 의해 쓰키자와 가쓰시 사망 사건의 진실이 서서히 드러나게 된다.
2. 히가시노 게이고의 메시지
매번 느끼는 거지만,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에는 늘 묵직한 메시지를 담은 문장이 나온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그런 대목이 있어서 “크~ 역시 이거지” 라는 소리를 나도 모르게 냈다.
"너희들도 똑똑히 기억해둬. 법은 정부의 편의에 따라 만들어 진 거야. 국민 따위는 그다음 문제고, 더구나 정의라는 것과는 아무 관계도 없어.
어제까지는 무죄였던 것이 어느 날 갑자기 유죄가 되기도 해. 너희는 그런 것에 휘둘려서는 안 돼. 무엇이 옳은지, 스스로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거야. 알겠니?"
마녀와의 7일 - 374쪽
마녀와의 7일에는 쓰키자와 가쓰시와 같이 특별한 능력을 지닌 인간들이 등장한다. AI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그들의 능력은 계속해서 시험대에 오르고 결국 조금씩 밀려난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분명히 있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인간이 가진 능력은 점점 대우 받지 못하고, 체계화된 조직은 개인의 민감한 정보를 아무렇지 않게 수집하고 활용한다.
하지만 인간은 그 정도로 무능력하지도 않으며, 관리의 편의성을 이유로 ‘빅브라더’가 무조건 정당화될 수는 없다.
"도망치면 안 돼. 리쿠마, 똑똑히 기억해둬. 인간에게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어. 너의 한계를 쉽게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마녀와의 7일 - 435쪽
흥미진진한 이야기 전개 속에 시대의 흐름과 그 속에서 우리가 반드시 생각해봐야 할 문제를 던져주는 소설, 히가시노 게이고 ‘마녀와의 7일’.
또다른 후속작으로 ‘라플라스’ 시리즈의 세계관이 뻗어나가며 인간의 무한한 능력을 계속해서 보여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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