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월요일, 시청역 근처 '가배도'라는 카페에 다녀왔습니다.
알고 갔던 곳은 아닌데, 왠지 모르게 마음에 남아서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강북삼성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는 날이었습니다. 평소 회사-집, 회사-집만 하다가 오랜만에 평일 오전, 다른 장소에 가게 된 거예요. 그것만으로도 뭔가 소풍을 가는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시청역 8번 출구에 내려 강북삼성병원 건진센터로 향했습니다. 그러던 중 오른편에 멋들어진 카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가배도'라는 이름의 카페였습니다.
'검진 빨리 끝내고 가봐야지' 생각하며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 10시까지 검진 접수를 할 수 있었는데 9시 정도 됐었거든요.
위내시경까지 마치니 11시 반쯤 됐던 것 같습니다. 먼저 16시간의 공복을 달래고 고생한 나를 격려하기 위해 따뜻한 죽 한그릇을 먹었습니다.
건진센터에서 나와 시청역 8번 출구 쪽에서 본 카페 가배도로 향했습니다. 조금 걱정이 됐습니다. 점심 시간이라 사람이 많아서 자리가 없을 것 같았거든요. 그래도 일단 갔습니다 ㅎㅎ 아무리 붐벼도 한 자리쯤 없을까요.
카페에 들어서자마자 매장 한 가운데 펼쳐진 빵과 쿠키들이 보였습니다.
큼직큼직한 것이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러웠습니다.
큰 빵을 혼자 먹기엔 좀 부담스러운 것 같아서 당근 파운드 케이크와 쿠키 하나를 골랐습니다. 평소 커피는 잘 먹지 않는데, 건강검진도 잘 마쳤고 분위기 좋은 카페도 왔고 하니, 플랫화이트 아이스로 한잔 주문했습니다.
진동벨을 들고 2층으로 올라갔습니다. '사적인 쉼'이라는 이름이 붙어있는 공간이었습니다. 직장인들로 붐볐지만 창가에 한 자리가 남아 있어 냉큼 가서 앉았습니다. 시청역 앞 대로변이 내려다 보이는, 뷰가 좋은 자리였습니다.
금세 나온 커피를 가지고 와서 다시 자리에 앉았습니다. 커피잔이 앞에 놓이니 아무것도 없이 자리만 맡아 앉아 있을 때와는 또 분위기가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당근 파운드 케이크, 담백하고 제 입맛에 딱 맞아 마음에 들었습니다. 맛있게 먹느라 사진 찍는 것도 깜빡했네요. 가격은 3,800원인가 그랬던 것 같습니다. 싸진 않지만 못 사먹을 정도는 또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맛있는 군것질거리를 혼자 경험하면 가족 생각이 납니다. 혼자 30분 정도의 여유를 아주 잘 즐기고 1층으로 내려가 같이 먹을만한 2개를 골랐습니다. 소금빵과 누텔라 초코칩 크루키. 두 개만 샀는데도 거의 만원 돈이 나왔습니다.
시청역으로 가 지하철을 기다리며 빵 포장지를 다시 들여다 봤습니다.
가배도, 우리의 헤테로토피아
낯선 소개 문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러고 보니 카페 입구 위에도 이렇게 쓰여 있었던 것이 기억났습니다.
헤테로토피아 뜻?
헤테로토피아는 미셸 푸코라는 프랑스 철학자가 제시한 개념이라고 해요.
헤테로토피아는 합성어입니다. '다른, 낯선, 혼종된'이란 의미의 헤테로(heteros)와 '장소'라는 뜻의 토포스(topos)가 합쳐진 것으로, '일상의 공간과 다른 공간'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가배도 카페 빵봉지의 설명으로는 “지리적으로 실재하는, 현실화된 유토피아”라는데, 뜻을 알고 보니 어떤 의도로 카페에 그런 슬로건을 붙이게 됐는지 이해가 됐습니다.
가배도라는 이름도 알고 보니 뭔가 낭만적이이었습니다. 과거 한국 사람들은 커피를 가배라고 불렀다고 하죠. 거기에 섬을 뜻하는 한자 ‘도’를 붙여 가배도라는 카페 이름으로 쓴 거더군요.
카페 분위기, 커피와 빵의 맛, 카페 이름과 슬로건에 얽힌 이야기까지.
알면 알수록 호감이 가는 카페 가배도였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포장해 온 빵을 가족과 나눠 먹었는데 소금빵, 누텔라 초코칩 크루키 모두 만족스러웠습니다. 다시 돌아봐도 소소한 행복으로 가득했던 하루였네요.
혹시 시청역 8번 출구 근처 지날 일 있으시면 한번 들러보세요. 바쁘게 돌아가는 도심 한가운데에서 잠시나마 쉬어갈 수 있는 시간이 될 겁니다.
저도 아주 잠시 동안 즐긴 외출이었지만 기분 전환이 정말 많이 됐습니다. 늘 반복되는 일상에 지쳤을 땐 하루 연차, 아니 반차라도 내서 평소 가지 않던 길을 걸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쉽게 스쳐 지나갔을 작은 카페에도 즉흥적으로 들어가 아무 생각 없이 앉아 시간을 보내고, 향 좋은 커피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여유를 가져보는 것. 그러면서 언제든 갈 수 있는, 나만의 헤테로토피아를 하나 하나 늘려가는 것.
굳이 비행기 타고 멀리 떠나지 않더라도 즐길 수 있는 일상 속 여행이 바로 이런 것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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