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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일기

'내가 재미를 느끼는 일' 찾는 가장 쉬운 방법 | 모든 멋진 일에는 두려움이 따른다 #책리뷰 #이연 #유튜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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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 이연의 신간 '모든 멋진 일에는 두려움이 따른다'를 읽었다. 
 
이연은 그림 그리는 사람이다. 미술을 전공했고 디자이너로 일했으며, 지금도 직접 그린 그림을 영상으로 찍어 유튜브에 올리고 있다. 
 
책도 자주 낸다. 2021년 3월에 '겁내지 않고 그림 그리는 법'을, 다음 해에 '매일을 헤엄치는 법'을, 그리고 올해 '모든 멋진 일에는 두려움이 따른다'를 냈다. 


'모든 멋진 일에는 두려움이 따른다'라는 문장은 (내 기억이 맞다면) 그의 첫 번째 책에서 처음 나왔다. 
 
뭔가 두려운 감정이 들 때 '아, 나는 지금 꽤 멋진 일을 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게 해준 고마운 글이었다. 도움을 받았고, 그래서 더욱 인상깊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랬을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엔 아예 책 제목으로 그게 선택됐던 것이겠지. 
 
사실 그것 말고도 이연의 책엔 좋은 문장들이 많다. 그가 책을 낼 때마다 바로바로 사서 읽게 되는 이유다. (첫 책은 출간된 지 한참 지나서 사서 읽긴 했지만, 두세 번째는 따끈따끈할 때 바로 구입했다.)
 
이번 책에서도 특별히 공감이 됐고, 그래서 되뇌고 기억하고 싶은 부분을 남겨본다. 
 

내가 어떤 일에 재미를 느끼는지 파악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하고 있는지 살펴보면 된다. 172쪽

억지로 끌려가는 소처럼 뭔가를 하지 말고, 스스로 그냥 걸어가서 소가 풀 뜯어먹듯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된다.

풀을 먹으라고 시키지 않아도 소가 알아서 먹는 것처럼, 스스로 하게 되는 그런 일들이 있다. 누워 있기, TV 보기, 게으름 피우기 같은 것을 말하는 게 아니다. 

누구나 그냥 다 하는 그런 거 말고, 나만 유난히 하게 되는, 지우개 도장 파기처럼 엉뚱한 일들 말이다.  173쪽

 
이거다. '내가 어떤 일에 재미를 느끼는지 파악하는 방법'.
 
요즘 들어 '나는 뭘 재미있어 하는 걸까?' '내가 재미를 느끼면서 계속 할 수 있는 일은 뭘까?' '그러면서 잘할 수 있는 건 뭘까?'라는 생각을 계속 하던 터였다. 
 
작년까지만 해도 일상툰 그리고 인스타에 올리는 데 미쳐 있었는데 최근엔 좀 뜸해졌다. 일이 바빠졌고, 또 전보다 성과가 잘 나오고 있어서 그림엔 관심이 멀어졌다는 핑계를 댔다. 
 
솔직히 말하면 조금 재미를 잃은 것 같았다. 
 
'그럼 나는 그림 그리는 일을 이제 더는 재미없어 하는 걸까?' 라고 질문을 던져 보면 그건 또 아니다. 어쨌든 하루에 한 컷이라도 그림을 그리고 짧은 일기라도 쓰고 있으니까. 
 
아, 그러고 보면 나는 '그림을 그리는 일'보다는 어떤 수단으로든 '기록하는 것'을 즐기고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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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스토리 블로그도 시작한 지 꽤 오래 되었다. 2020년이었던 것 같은데, 지금이 2023년이니 4년 째다. 중간에 끊긴 기간이 있었지만 그때도 한 달에 한편은 썼던 것 같다. 
 
이것도 누가 시키지 않는데, 알아주지도 않고 내가 나서서 자랑하지도 않는 일인데 그냥 한다.
 
이것도 기록의 일환이다. 책 읽다가 만난 좋은 문장을 기록해두고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써두고, 그밖에 보고 듣고 느낀 경험들을 풀어놓는다. 
 
그림을 그리고 일기를 쓰고 블로그 포스팅을 하는 것. 이때만큼은 억지로 끌려가는 소가 아닌 내 의지로 풀을 뜯어먹는 소가 된다. 
 

그래, 난 무언가 기록하는 걸 재미있어 하는 사람이구나. 
 
평생 내가 하고싶은 방식대로 기록하고 살면 재미날 것 같단 생각이 든다. 더 열심히 기록하며 살아야겠다는 다짐도 해본다. 
 
'그럼 내가 기록하는 일을 잘해낼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남는다. 
 
단순한 '기록'이라면 굳이 '잘할' 필요가 있나 싶지만, 이왕 하는 거 잘할 수 있으면 좋겠다. 
 
잘한다는 건 뭘까. 글쓰는 재능? 그림 그리는 실력? 
 
'모든 멋진 일에는 두려움이 따른다'에서 이연은 이렇게 말했다. 
 

재능이라는 건, 시키지 않은 일을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169쪽

재미를 느낀다면 지치지 않고 지속할 수 있다. 남들은 금방 지쳐서 관둘 테니 누구보다 잘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그림을 엄청 잘 그리면 그게 그림에 대한 재능이라고 생각한다.

일부는 맞다. 하지만 나는 그림을 잘 그리지만 그림을 그렇게 재미있어하지 않는 친구들도 종종 봤다. 그런 애들은 하나같이 대학을 졸업하면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 그러니 재능에 너무 목을 맬 필요가 없다. 170쪽

 
재능이 있으면 좋겠지만, 재능이 다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재능이 없어도 재미를 느껴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하게 되면 지속할 수 있고 결국 잘하게 된다는 거다. 
 
요즘 그런 생각도 한다. 지금으로부터 10년이 지났을 때, 다른 사람들에게 나를 이렇게 소개한다면 얼마나 멋질까? 하고 말이다. 
 

저는 지난 10년 동안 매일 (또는 매주) OOO을 해왔어요.

 
그 'OOO'에 그 어떤 것이 들어가도 사람이 달라보일 것 같지 않은가?
 
이렇게 글로 써놓고 보니 더욱 도전해보고 싶어졌다. 10년 동안 매일 일기 쓴 사람이 돼 봐야지. 10년 동안 매주 무슨 글이라도 썼던 사람이 돼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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