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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일기

시대가 바뀌면 사장, 임원의 태도부터 바뀌어야 한다 | ‘MBC를 날리면’ 독서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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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제 전 MBC 사장이 쓴 책 'MBC를 날리면'을 읽고 있다.

 

국내 방송사 중 유독 부침이 많은 편인 MBC. 그만큼 '도대체 저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라며 전부터 관심이 많았다. 

 

보수정권을 거치며 MBC라는 조직이 어떻게 망가졌는지 낱낱이 기록한 책 '잉여와 도구'도 사서 읽었었다. 

 

최근에 나온 'MBC를 날리면'도 그러한 궁금증에서 펼쳐보게 된 책이었다. 윤석열 정권 들어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언론사, MBC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것도 전임 사장이 직접 기록한, 생생한 것이었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눈에 띄는 부분이 많았지만, 유독 인상깊었던 부분은 저자가 사장으로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경영실적 개선에 나섰을 때의 이야기였다. 

 

1천억에 육박할 거라는 적자 폭은 하반기 들어 5백억 이하로 줄어든 상황이었다. 더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아니 아예 흑자를 낼 수는 없을까? 임원회의에서 화두를 던져봤다. 

 

"하반기에 조금 더 열심히 뛰면 올해부터 흑자 전환을 할 수 있지도 않을까요? 한번 해봅시다."

 

모두 어려운 목표라고 했다. 그러나 나는 부정적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모든 임원들이 광고주와 자주 만나 MBC 콘텐츠의 경쟁력을 계속 어필해달라고 당부했다. 나부터 광고 영업을 더 열심히 하겠다고 선언했다. 광고주와의 만남을 두 배로 늘리라고 비서팀에 지시했다. 

 

공영방송 사장이 직접 광고주를 만나는 것은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하던 일이다. 그러나 가만히 있어도 광고가 몰려들던 지상파 독점 시대는 끝난 지 오래다. 마케팅팀에만 광고 영업을 맡겨놓기에는 콘텐츠 업계의 경쟁이 너무 치열해졌다. 대한민국 대통령도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하는 세상 아닌가. 

 

영업 실적이 안 좋으면, 그 책임과 대책 마련을 아랫 직원들에게 고스란히 전가하는 사람들만 봐와서 그런지, 이 부분에서 '이 사람 진짜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문제 인식이 명확하지 않은가. 시대가 바뀌었음을, 그에 따라 임원과 사장의 역할도 변해야 함을 순순히 인정하고 그렇게 움직였다. 

 

콘텐츠 업계 종사자로서 정말 부러운 대목이었다. 방구석에 앉아서 직원들이 만들어 오는 보고자료만 들여다 보면서, 현실 아무것도 모르는 지시를 내리고 잔소리만 해대는 무능력한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현재 시점에 맞지 않는 과거의 성공 방정식을 그대로 적용하면서, '왜 실적이 이것밖에 안 되느냐', '왜 돈을 벌어오지 못하느냐'고 훈계하기 바쁘다. 단 한 번도, 어떻게든 돈을 더 벌어오기 위해 '그가 직접 발로 뛰고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지상파 방송의 사장도 저런 마인드로 노력을 했는데 말이다. 

 

무식한 노땅들의 시대. 언젠간 끝날 것이다. 생각보다 더 일찍 막을 내릴 수도 있다. 그리고 '우리의 시대'가 올 것이다. 그날이 오면 오늘의 다짐을 잊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며 살아야겠단 생각이 든다.

 

'나는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조직을 살릴 수 있는,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지' '시대의 흐름을 놓치지 말아야지'라는 다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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