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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일기

손흥민 에세이 <축구를 하며 생각한 것들> 리뷰 : “성공은 선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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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선수의 첫 에세이 <축구를 하며 생각한 것들>을 읽었습니다. 

 

이 책이 처음 세상에 나온 건 1년 반 정도 된 일이지만 몇 달 전 개정판으로 다시 나왔습니다. 일단 초판과 개정판은 표지가 다른데, 그 외에는 어떤 것들이 수정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어쨌든 저는 개정판을 읽었습니다.

 

저는 축구를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하는 것도, 보는 것도 그저 그런 수준입니다. K리그를 챙겨봤던 적은 한 번도 없었고, 프리미어리그나 챔피언스리그 등 세계적인 선수들이 활약하는 경기도 왜 잠을 줄여가면서까지 봐야 하는지 그 필요성을 못 느꼈습니다.

 

하지만 손흥민 선수가 골을 넣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꼬박꼬박 챙겨 봤습니다. 20여 년 전 박찬호 선수의 메이저리그 활약상을 챙겨봤던 심정이랄까요. 팍팍한 일상 속에서 우리나라 선수가 큰 무대에서 선전하는 모습을 보는 건 꽤 큰 활력소가 됩니다.

 

다른 해외파 선수들도 있지만 유독 손흥민 선수의 골 장면을 놓치지 않고 보게 됐던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손흥민 선수의 골은 축알못인 제가 봐도 우연에 의한 것이 아닌, 소위 '얻어걸려' 나온 것이 아닌 진짜 남다른 실력에 의한 골이라는 게 명백히 보였습니다.

 

그래서 매번 통쾌했고,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같은 장면을 몇 번씩이나 반복해서 돌려보기도 했습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그러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손흥민 선수의 기량은 날이 갈수록 좋아지고 있습니다. 매 시즌 득점도 점점 많아져요. 얼마 전에는 100호 골을 넣어 EPL 득점 순위 단독 2위가 됐다고 하죠. 

 

그런 손흥민 선수를 보면 '타고났다, 축구 천재다.'와 같은 생각이 절로 듭니다. 그가 누리고 있는 부와 명예를 보면서도 입이 떡 벌어져요. 손흥민 선수의 연봉은 100억 원이 넘습니다. 주급으로 따져도 2억 정도가 돼요. (엄청나다는 생각과 함께 현타가 옵니다 ㅎㅎ)

 

하지만 손흥민 선수를 보면서 느끼는 막연한 감정들은 <축구를 하며 생각한 것들>을 읽는 순간 바뀌게 됩니다. 이 책에는 손흥민 선수가 유년시절부터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련을 겪었고, 그걸 이겨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왔는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웨이트가 끝나면 운동장으로 향했다. 아버지는 축구공 20개를 들고  앞에 나타났다. 나는 위치를 옮겨 가면서 슛을 때리기 시작했다. 매일 1 개씩. 그렇다. 1 개다.같은 골문을 향해서 오른발 500, 왼발 500 슛을 때렸다. 내가  능력을 타고났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 나의 슈팅은 2011 여름 지옥훈련이 만들어  결과물이다.  (96쪽)

손흥민 선수는 이와 같은 이야기를, 책 전반에 걸쳐 수 차례 언급합니다. 저도 이제 그를 '참 재능있는 선수네'가 아니라 '참 지독하게 노력하는 선수네'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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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자신도 돌아보게 됐습니다. 그동안 의욕이 넘쳐 건드려본 일들이 많았는데 몇 년에 걸쳐 꾸준히, 지속적으로 해온 일이 없었어요. 이 블로그만 해도 그렇습니다. 야심차게 시작한 1일 1포스팅을 1년도 하지 못하고 접어버렸죠. 

 

손흥민 선수가 이 책을 통해 저에게 묻는 것 같았습니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잘 할 수 있는데, 너무 일찍 포기한 건 아니었을까요?" 하고 말이죠. 

 

초등학생이었던 손흥민 선수가 캐논슛 이벤트에서 초등부 1등을 하고, 상품으로 플레이스테이션을 받고 좋아했던 때가 2004년.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프로 생활을 하다 토트넘으로 이적, 프리미어리그라는 꿈의 무대에 진출하게 된 것이 2015년이었습니다.

 

지금의 손흥민 선수를 만든 건 그의 타고난 재능이 아닌, 축구만을 바라보고 달려온 10여 년이라는 시간과 노력이었던 것입니다. 

내가 힘든 티를  때마다 아버지는 성공은 선불이다라고 말씀하셨다. 지금 인생을 투자해야 10, 20 후에 결과를 거둘  있다고.  (69쪽)

무엇이든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그만큼 누군가의 성공 스토리도 참 많이 접하게 되죠. 평범한 삶을 사는 많은 사람들은 그 때마다 조급함을 느낍니다.

'나만 뒤쳐지고 있는 건 아닐까. 나도 빨리 저들처럼 성공하고 싶다.'

 

부랴부랴 그들을 따라가려 애써보지만 금세 눈에 띄는 성과가 보일 리 없습니다. '역시 난 안 되나봐.' 하며 좌절하고 자신감도 잃어버립니다. 

 

하지만 섣불리 도전을 멈춰서는 안 된다는 것을, 손흥민 선수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열정을 가지고 달려들었던 일에 흥미를 잃어갈 때마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벌써 포기한다고? 야, 손흥민도 10년 넘게 힘들게 축구만 해서 저렇게 성공할 수 있었던 거야. 성공은 선불이야!"

 

 

그밖에 주목한 문장들

 

1. 준비된 자만이 기회를 잡는다. 축구 선수들은 이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다. 당연하게 들려도 실천이 그만큼 어렵기에 지도자들이 이 말을 입에 달고 산다고 생각한다.  44쪽

 

2. “호황이면 좋고 불황이면 더 좋다.” 

나를 둘러싼 상황이 어두워질 때마다 아버지가 하시는 말씀이다. 글로벌 기업 도요타 자동차의 조 후지오 회장의 어록이다. 원래 뜻은 조금 달라도 나는 이 말을 곤경에 굴복하지말고 더욱 노력하라는 뜻으로 해석한다.  74쪽

 

3. 축구를 잘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축구만 해야 한다. 런던에도 유혹은 얼마든지 있다. 프리미어리그 선수는 본인만 원하면 얼마든지 화려한 삶을 만끽할 수 있다. 

 

나는 다른 길을 가기로 했다. 지금 나는 무엇을 해야 할지를 망각하지 않는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축구를 잘하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크다. 경기력 향상을 위해서라면 시간과 돈을 아끼지 않는다. 

 

재미없는 삶이다. 정말 따분하기 그지 없다. 그래도 감수한다. 그렇게 해서 매 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에 도전할 수 있다면, ‘올해의 선수’로 선정될 수 있다면, ‘올해의 골’을 넣을 수 있다면, 팬들을 즐겁게 해줄 수 있다면 나는 기꺼이 ‘축구 24시간’의 생활을 받아들이고 싶다.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뛸 수 있다면 나는 얼마든지 수도승으로 살아갈 수 있다. 2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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