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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일기

<진지하게 회사 빼고 다 재미있습니다만>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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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하게 회사 빼고 다 재미있습니다만>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서점에 들렀다가 우연히 구매하게 된 책이었습니다.

 

하얀색 표지 위에 검은색으로 디자인 된 제목과 그림이 눈에 확 띄었어요. 외적인 요소도 그랬지만 사실 제목 그 자체도 저에겐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저도 회사 일 빼고 다 재미있게 하고 있거든요 ㅎㅎ 

지난 2~3년 동안 저의 목표는 회사로부터 독립하는 것이었습니다. 단순히 '퇴사하고 싶다!'는 차원의 것은 아니었습니다. 특정 회사의 직원으로서 계속 살아가더라도, 회사와는 관계 없이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을 찾고 싶었습니다. (그것이 소소한 수익까지 안겨주면 두말할 것 없이 좋은 일이겠죠ㅎㅎ)

 

어쨌든 책 제목을 보자마자 빨리 내용을 확인해보고 싶었습니다. 저자는 과연 회사 밖에서 어떤 일을 재미있게 하고 있는 걸까? 궁금했습니다. 사실 이 책을 서점에서 집어들었던 날은 애초에 다른 책을 사려고 갔던 건데, 집에 돌아와서는 이 책부터 읽었어요. 

 

저자는 저보다 나이가 많지만, 그것을 제외하고는 저와 공통점이 많은 것 같았습니다. 결혼을 했고, 아이가 둘이고, 회사 밖에서의 일탈을 추구한다는 점이 왠지 모를 동질감을 느끼게 했습니다. 

 

이 책의 초반부를 읽을 때만 해도 그런 기대가 있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회사에 얽매이지 않는 삶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겠지?'

 

하지만 제가 인상깊게 읽었던 부분은 전혀 다른 포인트였습니다. 바로 저자가 아이들과 어떻게 놀아주는지, 어떤 일탈을 즐기는지, 즉 저자의 '육아 철학'에 관한 것이었어요. 

 

저는 2020년 초부터 지금까지 약 1년 간 육아휴직을 해왔습니다. 이제 복직을 앞두고 있는데요. 코로나19 여파로 아이들과 집콕 생활을 하며 아주 제대로 육아를 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기회에 절실히 깨달을 수 있었던 건, '육아는 정말 정말 어렵다'는 거였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고민거리였던 건 아이들 식습관을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가 하는 것이었어요.

 

아이들은 솔직해서 맛있는 음식에만 입을 벌리고, 채소나 과일은 스스로 집어 먹는 법이 없습니다. 부모는 그런 아이들이 편식하지 않도록 해주고 싶은데 그게 참 쉽지가 않은 거죠. 

 

저자는 아파트 베란다에 화분을 놓고 아이들과 텃밭을 가꾸고 있다고 합니다. 신기하게도 그렇게 한 이후 아이들이 더 이상 녹색 채소와 과일들에 거부감을 가지지 않게 되었다고 해요. 

그렇게 베란다에 아이와 함께 작은 텃밭을 만든 이후로 아이는 눈만 뜨면 녹색 친구들에게 물을 주겠다고 눈곱도 안 떼고 분무기를 들고 베란다로 나갔다. 벌써 그렇게 아이와 베란다 텃밭을 가꾼 지도 햇수로 6년이 되었다.   142쪽

'6년'이라는 글자를 보는 순간 입이 떡 벌어졌습니다. 텃밭 가꾸기를 한번쯤 시도해볼 순 있어도 그걸 멈추지 않고 꾸준히 하기는 분명 쉽지 않은 일일 테니까요. 더군다나 아이들과 그런 일을 함께 한다는 건 부모에게 때로는 손이 많이 가고 부담스러운 일일 수도 있거든요. 

그렇게 6년 가까이 텃밭을 가꿀 수 있었던 이유는 오직 아이들이 좋아하기 때문이다.

베란다 텃밭이 없었다면 아이들이 베란다에 나갈 일은 아마 거의 없었을 거다. 세워져 있는 자전거, 화분 몇 개, 온갖 잡동사니로 가득 차 있던 공간이었으니 당연히 아이들의 관심 밖일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 없던 공간이 베란다 텃밭이 되고 아이들의 또 다른 놀이터가 됐다. 작은 모종삽 하나 들고 쪼그리고 앉아 흙 놀이를 하고, 아빠 핸드폰을 들고 나가 주렁주렁 달린 토마토 사진을 찍기도 한다.

가끔 베란다 밖 난간에서 자라고 있는 호박에 앉은 무당벌레를 보고 무섭다고 소리를 지른다. 이 모든 것이 아이들에게 새로운 놀이고 교육이다.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텃밭이 자라는 만큼 아이들도 함께 자라는 것 같아서 덩달아 나도 기분이 좋다.
  146~147쪽

이 대목에서 저는 조금 부끄러운 감정을 느꼈습니다. 세상 좋은 아빠인 척 글도 쓰고 사람들에게 인정 받으려 애썼는데, 실제로 나는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일을 같이 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었나? 하는 의문이 들었던 거죠.

 

육아를 하다 보면, 부모도 사람인지라 쉬운 방법을 찾게 됩니다. 물론 저자처럼 부지런히 아이들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실행에 옮기는 분들도 많이 계시겠지만, 저는 그랬어요. 

 

아이들과 함께하는 일상이 지루하거나 몸이 피곤하다고 느낄 때면, 아이들에게 놀잇감 대신 휴대폰을 보여주거나 텔레비전을 켜 만화를 보여줬습니다. 그런 식으로 하면 시간도 금방 지나가고 육아가 참 쉽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교육적으로 좋을 리 없죠. 

배움에 끝이 없듯이 자라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노는 방법 또한 꾸준히 배워야 한다. 아이들과 잘 놀고 있다고, 이미 좋은 아빠라고 자만하지 말고, 어떻게 새로운 방법으로 아이들과 즐겁게 놀지 고민해야 한다. 138~139쪽

그동안 저는 스스로 '이 정도면 좋은 아빠지!' 하면서 자만했던 것 같습니다. 위 글을 보면서 엄청 뜨끔했거든요.

 

육아휴직을 했다는 것만으로, 육아일기를 쓰고 가끔 육아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글을 쓴다는 것만으로는 '좋은 아빠'라는 평가를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저자의 말처럼 자라는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어떻게 하면 잘 놀아줄 수 있을지 조금 더 적극적을 찾고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지나버리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소중한 것이니까요. 

 

회사 밖에서의 일탈을 갈구하는 마음으로 읽었던 책에서 육아를 배웠네요.

 

<진지하게 회사 빼고 다 재미있습니다만> 리뷰였습니다! 


[그밖에 주목한 문장들]

 

1. 처음에는 목적을 가지고 일탈 거리를 찾았던 생각과 행동은 어느새 습관이 되었고, 이 시간은 점차 나에게 치유의 기회이자 갱생의 시간이 되었다.

 

간혹 일탈의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도 나에게는 충분한 의미가 있었다. 이런 시간 덕에 나는 회사 생활에서 일에 대한 의미를 다시 세울 수 있었고, 나아가서는 그 일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삶을 채워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프롤로그 중)

 

2. 회사에서 일의 의미가 예전과는 많이 다르다고 느껴지거나 일이 더 이상 나의 든든한 뒷배가 되지 못한다고 느껴진다면, 일탈이 필요한 시기다.

 

내가 지금까지 해왔던 일탈을 정리해보니, 크게 3가지 정도로 구분할 수 있었다. 기분 전환도 되고 돈이 되는 일탈,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일탈, 그리고 지금까지 눈치 보느라 못 했지만 이제는 할 수 있는 일탈이다. (프롤로그 중)

 

3. 불에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회사에서 나를 태워버리고 싶지 않다면 지금이라도 생각을 고쳐먹을 필요가 있다. 나와 회사는 결코 같은 선상에 설 수가 없다. 18쪽

 

4. 내가 회사의 주인이 아닌데 회사는 왜 나한테 주인의식을 가지길 바라지? 주인이길 바라면서 주인에 맞는 대우를 해준 적이 있던가? 그 뒤로 나는 생각을 고쳐먹었다. ‘직원은 직원의식만 있으면 된다. 주인의식은 주인이 가져라.’라는 지극히 상식적이고 당연한 문구를 마음에 새겼다. 20쪽

 

5. 일탈을 위한 첫 번째 마음가짐은 회사에서 주인의식을 버리는 것이다. (중략) 회사 밖에서 그런 에너지가 채워지면서 회사 생활도 바뀌기 시작했다. 집착이 줄어들고 어떤 상황 앞에서든 의연해졌다. 인사 고과, 연봉 인상, 승진 등 많은 심판대 위에서도 나는 흔들리지 않았다.

 

‘왜 인사 고과를 B밖에 못 받았지?’, ‘왜 연봉이 이것밖에 안 올랐지?’, ‘왜 이번에 승진이 안 됐지?’ 등 집착에 기인한 부정적인 생각들을 떨구고 나니 회사 생활이 편해지기 시작했다.

 

그런 의미 없는 집착과 생각을 할 시간에 ‘뭐 재미난 일이 없을까?’, ‘오늘은 애들이랑 뭐 하고 놀까?’, ‘이런 거 해보면 돈을 벌 수 있을까?와 같은 즐겁고 긍정적인 생각들이 머릿 속에 가득 찼다. 21~22쪽

 

6. 본격적으로 일탈을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이런 타인과의 비교에서 시작되는 우발적인 선택을 하지 말아야 한다. 우발적인 선택은 진짜 내가 즐길 수 있는 일탈이 아닐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일탈의 목적이 회사 밖에서 에너지를 채우기 위함인데, 이런 선택은 오히려 에너지를 고갈시킨다.  27쪽

 

7. 스토리는 나를 입체적으로 보이게 만들어준다. 또 남들이 나에 대해서 궁금하게 만드는 마중물이 되기도 한다. 회사 밖에서 즐거운 일탈을 하기 위해서도 나만의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남들이 부러워서, 멋져 보여서, 돈을 많이 버는 것 같아서 쫓아가는 스토리를 만들면 안 된다. 그건 내 이야기가 아니다. 먼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또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알아야 한다.

 

나를 알게 되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을 수 있게 된다. 내가 선택한 그 일들을 하나씩 해나가다 보면, 전체적인 흐름이 생겨나고 그게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이야기가 된다.  30쪽

 

8. 기회가 돼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기회를 만들어야 할 수 있다. (중략) 내 안의 용기를 꺼내는 건 연습이 필요하다. 연습이 필요하다는 건 익숙하지 않다는 말이다. 누구나 처음부터 능수능란하게 뭐든지 잘할 수는 없다.

 

서툴고, 어색하고, 어려운 ‘처음’이라는 시간을 반드시 겪어야 한다. 용기가 그렇다. 처음부터 너무 커다란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을 할 필요는 없다. 작은 일일지라도 또는 누군가에게 의미가 없더라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면 천천히 시작하면 된다.

 

그런 내 안의 용기를 꺼내는 경험이 쌓이면 처음에는 1g의 가벼운 용기를 꺼내기도 어려웠던 내가 10g, 1kg, 100kg의 무거운 용기도 어렵지 않게 꺼낼 수 있게 된다. (중략)

 

내 안에 있는 다양한 무게의 용기를 마음먹은 대로 꺼낼 수 있게 되면 회사는 더 이상 나엥게 스트레스를 주는 대상이 아니다. 회사는 그저 내가 해야 하는 많은 것 중 하나가 된다. 34~35쪽

 

9. 모든 건 내가 마음먹기에 달렸다. 내가 즐겁게 할 수만 있다면, 어느 순간 뜻하지 않게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 수도 있다. 에어비앤비를 했던 경험은 나에게 즐거움, 새로운 친구, 성취감 그리고 작은 수입을 만들어주었다. 의지만 있다면 이 모든 걸 한 번에 가질 수 있는데 안 할 이유가 있을까.  57쪽

 

10. 내가 간절히 하고 싶다는 생각이 최고조에 있을 때 성취감이 가장 크다. 그래서 뭐든 시작해보려는 의지가 중요하다. 왜 안 될까를 고민하지 말고 어떻게 할 수 있을까부터 생각하면 방법은 분명히 어딘가에 있다. 목적지까지 어떤 길로 가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97쪽 

 

11. 그렇지만 수상과는 별개로 아이와 나는 공모전을 준비하는 자체로 즐겁다. 공모전 주제에 관해 이야기하고, 그 이야기를 어떤 식으로 그릴지 상의하고, 어떤 도구를 이용할지 정하는 과정이 재미있다.

 

공모전에서 수상하지 못했다고 해서 아이가 실망하거나 풀이 죽진 않는다. 애초부터 공모전에 접근하는 방식이 수상을 위함이 아니라 다소 느슨해진 그림 그리기에 새로운 동기를 주기 위함이었기 때문이다.  154쪽 

 

12. 사람들이 회사에서 전속력으로 질주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모든 에너지를 회사를 위해서 쓰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남은 에너지는 나와 가족을 위해서 썼으면 좋겠다.

 

물론 일탈은 회사에서 기대하는 내 몫을 다하는 걸 전제로 한다. 회사의 구성원으로서 기본적인 소임을 다 해야 하는 것이다. 회사 생활은 전혀 관심 없고 맨날 딴짓만 한다면 언젠가는 고스란히 나에게 부메랑이 되어서 돌아올 것이 틀림없다.

 

“쟤는 맨날 회사에서 일은 안 하면서, 하고 싶은 일은 다 한다니까.”라는 소리를 듣기보다 “쟤는 진짜 대단해. 회사 일도 잘하는데, 자기가 하고 싶은 일도 다 한다니까.”라는 소리를 들어야 한다. 그런 마음가짐을 밑바탕에 깔고 작은 일탈부터 시작하면 된다.  225~226쪽

 

13.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가 없더라도 하나씩 경험을 쌓다 보면 일정한 방향으로 속도가 붙는다. 그리고 그것들은 결국에 나에게 의미 있는 결과가 되었다. 일탈에 의미 없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지금 당장이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유기적으로 엮여서 전혀 기대하지 않는 시너지와 기회를 가져다 준다. 

 

내가 좋아하는 아프리카 속담 중에 “Haraka hark haina Baraka, Polepole nimwendo.”라는 말이 있다. 해석하면서두르는 것에는 축복이 없고, 천천히 하는 것이야말로 자연의 속도다.”라는 뜻인데, 모든 것은 정해진 때가 있으니 서두르지 말고 페이스에 맞춰 가야 한다는 말이다.

 

일탈이 그렇다. 어떤 결과는 바라고 욕심을 내기보다는 일단 시작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얻는 새로운 에너지와 재미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빨리 달리면 빨리 지친다. 마흔이라는 버스에 이제 올라탄 우리가 달려야 길은 아직도 많이 남았다. 마흔이라는 버스 위에서 때로는 흔들리고 떄로는 넘어질지언정, 버스에서 내릴 때까지 지치지 말고 즐겁게 가보다.  226~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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