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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 관한 기록/메모와 단상들

코로나 2차 대유행, 당장 내일 터져도 이상할 게 없는 이유 | 일반 시민 입장에서 느끼는 불안감

by 꿈꾸는 강낭콩 2020. 7. 3.

다시 확산세를 보이고 있는 코로나 때문에 다들 조심스럽게 하루 하루 생활하고 계실 텐데요.

 

저도 웬만하면 집콕. 외출, 외부활동 자제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밖에 나갔다가 정말 충격 받은 일이 있었습니다. 

 

저녁을 먹고 슬슬 아이들과 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아내가 그날따라 급체 했는지 몸이 안 좋아졌습니다. 그래서 아내 대신 약국에 약을 사러 가기 위해 집을 나섰는데요.

 

집에서 가까운 약국들은 문을 닫은 상태라 걸어서 15분 정도 거리에 있는 곳까지 가야 했습니다. 어두워졌을 때 외출하는 게 정말 오랜만이어서 여기저기 두리번 거리며 걸어가고 있었는데요.

 

불을 환하게 밝히고 있는 피트니스클럽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순간 제 눈을 의심했어요. 러닝머신이 창가에 배치되어 있어서 뛰고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는지 고스란히 다 보이는 곳이었는데요.

 

러닝머신을 이용하고 있는 사람들 수가 많았던 것도 놀라웠는데, 그 중 마스크를 쓴 사람이 한두 명에 불과했다는 것에 경악을 하고 말았습니다. 러닝머신 사이의 거리도 멀지 않아 보였어요.

 

러닝머신이 있는 공간 외에 다른 곳으로 시선을 옮겨봤습니다. 한쪽에서는 에어로빅? 줌바댄스? 아무튼 단체로 여러 사람이 모여 같은 동작을 활발하게 연습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20명은 족히 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건 뒷모습밖에 보이지 않아 다들 마스크를 잘 쓰고 계셨는지 확인할 수 없었지만, 잠깐씩 비치는 몇몇 분의 옆모습에서는 마스크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마스크 착용률이 그다지 높지 않을 거라 판단됐습니다.

 

순간 '그동안 나만 다른 세상에 살고 있었던 건가?' 싶었습니다.

 

내가 너무 예민했나. 다른 사람들은 일상 생활을 아무렇지 않게 영위하고 있는데. 저렇게 해도 되는 건데 나만 몸 사리며 집에서 고립된 생활을 해왔던 건가. 

 

혼란스러웠습니다. 길 건너편에 있던 피트니스 센터를, 그렇게 한참을 응시하며 걷다가 마주오는 사람과 부딪힐 뻔 하기도 했습니다. 그 정도로 그 피트니스클럽은 제 눈을 의심케 하는 광경으로 가득했던 겁니다.


약국에 거의 다다랐을 때, 이번에는 근처에 자리하고 있는 동네 호프집들이 보였습니다. 왁자지껄했습니다. 이 시국에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밤에 삼삼오오 모여 술을 마시고 있었는지, 전혀 몰랐습니다. 이 또한 문화충격이었습니다.

 

그들을 비난할 수만은 없습니다. 운동하는 사람이나 술 마시는 사람이나, 정부 규제 없이 피트니스클럽에 가고 술집에 가고, '그렇게 할 수 있기 때문에' 간 것이니까요.

 

업장을 연 사장님들은 어떤가요. 그들은 더욱 이해가 됩니다. 코로나 상황이 종식될 때까지 문을 닫고 있으면 생활이 힘들다 못해 불가능해지겠죠. 

 

제가 얘기하고 싶은 건 이겁니다.

 

언론에는 하루가 멀다 하고 전문가들이 나와서 경각심을 일깨우고, 코로나 2차 대유행이 올 거다, 아니 이미 시작됐다,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외치고 있는데요.  

 

하지만 정작 우리 사회는 그런 위기 의식에 맞게 통제되고 있는 건지, 이러다 코로나가 폭발적으로 확산됐을 때 감당할 여력이 되는 건지, 의구심이 들었다는 겁니다. 

 

이런 분위기라면 하루 확진자가 100~ 200명 수준으로 증가하는 건 시간문제 아닐까요. 비단 저희 동네만 이런 게 아닐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비전문가의 지극히 개인적 의견입니다만 엄청난 사회적 혼란을 앞두고 있다는 것만큼은 느낄 수 있습니다. 마치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에요.

 

물론 정부와 질병관리본부, 그리고 일선의 의료진 분들이 대책을 세우고 계시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불안감이 가시는 건 절대 아닙니다. 오늘도 내일도, 피트니스클럽은 늦은 밤까지 돌아갈 것이고 동네 호프집 또한 사람들로 붐빌 테니까요.

 

컨트롤 타워에서는 과연 이와 같은 상황을 제대로 감지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렇지 않다거나 인식하고 있더라도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 않다면, 코로나 2차 대유행은 정말, 조만간, 올 것이라고 봅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뉴노멀이다 뭐다 해서 '이제 다시는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라는 말들을 참 많이 하는데요. 

 

개인적으로는 저 표현도 결국 언론이 실상은 파악하지 못한 채 그냥 대중들에게 잘 먹히니까 계속 쓰게 되는, 과장되고 자극적인 표현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제가 직접 눈으로 본 사람들의 일상에서는 뉴노멀의 씨앗조차 보이지 않았거든요.

 

사람들은 여전히, 생각보다 많이, 잦은 빈도로, 한 자리에 모여 예전의 일상을 그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폐쇄하면 뭐하나. 무시하고 들어가거나 다른 곳에 가서 모일 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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