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의 대표작 중 하나인 ‘용의자 X의 헌신’을 읽었습니다.

400페이지가 넘는 꽤 두꺼운 책인데 다 읽는 데 일주일 정도 걸린 것 같습니다.
저는 퇴근 시간이나 육퇴 후 틈틈이 읽어서 이 정도 걸린 건데, 읽는 속도가 빠르신 분들은 그보다 더 짧은 시간에 읽으실 수 있을 거예요.
그만큼 한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게 만드는, 몰입해서 읽게 만드는 소설이었습니다.
줄거리
하나오카 야스코라는 여자 주인공은 남편과의 불화로 이혼한 뒤 딸과 둘이 살고 있었습니다. 호스티스가 직업이었던 야스코는 그 일을 그만두고 당시 인연이 있던 사람들과 함께 도시락 가게에서 일을 하고 있었어요.
어느 날 야스코의 남편 도가시가 찾아옵니다. 재결합을 요구하고 협박하며 돈을 뜯어내려 해요. 급기야는 야스코 사는 집까지 찾아오게 됩니다.
재결합을 원치 않았던 야스코와 구질구질하게 달라붙는 도가시 사이에서 실랑이가 벌어집니다. 보다 못한 야스코의 딸 미사토가 도가시를 공격하고 몸싸움이 일어나요. 그러다 야스코와 미사토 모녀는 결국 우발적인 살인을 저지르게 됩니다.
야스코는 모든 죄를 혼자 뒤집어쓰고 경찰에 자수해 딸 미사토만은 보호하려 합니다. 하지만 옆집에 사는 이시가미가 와서 만류합니다.
이시가미는 옆집에서의 소란스러운 소리를 듣고 있었고, 무슨 일인지 확인하러 야스코의 집에 왔을 때 눈에 들어온 집안 분위기로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는 걸 눈치채요.
평소 야스코에 대해 호감을 가지고 있었던 이시가미는 완벽한 논리로 사건을 위장하고 두 모녀의 알리바이를 꾸며 살인 혐의를 벗을 수 있도록 돕습니다.
이후, 갈릴레오 시리즈에서 계속해서 활약해 왔던 구사나기 형사가 등장해 수사에 나서지만 사건을 해결하지 못해요. 그의 친구 ‘갈릴레오’ 유가와는 사건에 연루된 이시가미가 대학 동창이었던 걸 알고 사건을 관심 있게 지켜봅니다.
그런데 유가와가 이번에는 왜인지 구사나기와 함께 움직이지 않고 사건에 대해 소통하는 것을 자제합니다. 수사를 하면 할수록 도가시의 전처 야스코밖에 범행을 저지를 사람이 없어 보이고, 또 옆집에 사는 이시가미가 관련이 있을 것 같지만 확실한 물증이 나오지 않죠.
이시가미는 이 살인 사건을 어떻게 위장했길래 경찰의 수사는 야스코의 주변을 계속 겉돌기만 하는 걸까요.
또 평소와는 다른 유가와의 모습은 어디서 비롯된 걸까요.
그래서 이 사건은 결국 어떤 결말을 맞게 될까요?

용의자 X의 헌신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갈릴레오’ 시리즈 세 번째 작품입니다. 앞서 소개해드렸던 두 번째 작품 예지몽까지는 단편 소설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단편은 건너뛰고 이 책부터 읽어도 될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계실 거예요.
1탄부터 정주행 중인 제가 봤을 땐, 용의자 X의 헌신만 읽어도 스토리를 이해하고 재밌게 보는 덴 전혀 무리가 없겠지만, 좀 더 몰입해서 보려면 앞선 단편 중 하나라도 읽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살인 사건의 중심에 있는 야스코와 이시가미는 새로운 인물들이지만 구사나기 형사와 유가와는 갈릴레오 시리즈 고정 출연진(?ㅎㅎ)이죠.
환상의 케미를 보여줘 왔던 두 인물이 이번 사건에서만큼은 다른 양상을 보이는데요. 약간의 갈등이 드러나기도 하구요.

항상 사건의 본질을 냉철하게 꿰뚫어 보던 유가와 교수의 모습은 많이 달랐어요. 이번 사건에서만큼은 구사나기와 함께 움직이지 않고 독자적으로 행동하고, 또 감정적 면모를 보이기도 해요.
대학 동창이자 용의 선상에 오른 인물 이시가미를 찾아가 알 수 없는 얘기도 늘어놔요.

갈릴레오의 앞선 작품들을 읽은 독자라면, 굵직한 스토리 외에도 이런 대목에서 “유가와가 왜 이러는 걸까? 어떤 수상한 점을 눈치챈 걸까?” 하고 이야기 속에 더 몰입하게 될 거예요.
용의자 X의 헌신은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는 순간까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매우 흥미로운 추리 소설입니다.
마지막 부분에선 소름이 쫙 끼치고 예상치 못 했던 결말에 저도 모르게 감탄하게 되더군요. 동시에 주인공들에 대한 안타까운 감정도 느껴졌어요. 제가 너무 몰입해서 읽었나 봅니다ㅎㅎ
이 책 덕분에 골치 아픈 현생 따윈 잠시나마 깨끗이 잊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자세한 이야기는 언급해 드리지 못했지만 책 한 권 더 읽으실 수 있는 작은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희망의 싹 틔우는 하루 되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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