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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일기

“인간은 존재하는 자체로 인류 역사에 기여한다” 김진명 에세이 ‘때로는 행복 대신 불행을 택하기도 한다’ 독서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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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살아있는 동안 뭐라도 해보기 위해 애를 씁니다.

근사한 집 한 채 얻기 위해, 더 높은 연봉을 받기 위해, 더 화목한 가정, 더 안정적인 삶을 위해 노력합니다.

그게 모두 이뤄지면 좋겠지만 인생은 그렇지 않습니다. 실패하고 좌절합니다. 그러다 심각한 수준에 이르게 되면 살아갈 이유를 찾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게 돼요.

불행을 느끼고, 삶의 의욕을 잃는 것이죠. 우리는 그렇게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거대한 질문 속에, 압박 속에 살아갑니다.

저도 더 잘 살아야 한다며, 행복해야 한다며, 뭐라도 이루기 위해 치열하게 살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시간을 허투루 보내면 안 된다는 강박 같은 걸 갖고 살았죠.

요즘은 좀 덜합니다만 여전히 그런 생각을 하며 지냅니다. 그런데 최근 책을 읽다가, 그런 것에 대한 부담을 좀 덜었습니다. 위로는 아니었지만, 위로를 받은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문구를 만났거든요.


김진명 소설가의 에세이 ‘때로는 행복 대신 불행을 택하기도 한다’를 읽으면서였습니다.

우리는 누구인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우주는 어떻게 탄생했고 빅뱅은 왜 생겼는가, 고등 생명은 지구에만 존재하는가, 아니면 온 우주에 넘쳐나는 것인가 등의 근원적 질문에 대한 대답은 지금으로서는 너무나 어렵다.

하지만 기나긴 시간이 지나면 이 또한 어린아이도 대답할 수 있는 간단하고 쉬운 질문에 불과하게 될 것이란 걸 우리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죽음을 통해 유추할 수 있다.

그러하다.

인간의 근원적 숙제를 푸는 열쇠는 바로 시간인 것이다.  

<때로는 행복 대신 불행을 택하기도 한다> 68쪽


여기서 언급된 아리스토텔레스의 죽음이란 이겁니다. 어떠한 질문에도 대답해내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어느날, “파도가 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라고 묻는 제자의 질문에 답하지 못했대요.

그 답을 얻으러 바닷속에 들어갔는데, 별안간 들이닥친 커다란 파도에 휩쓸려 죽었답니다. 결국 그는 파도가 치는 이유에 대한 답을 얻지 못했고, 죽기까지 했다는 이야기였어요.

하지만 현재의 우리는 파도가 치는 이유를 잘 압니다. 그로부터 시간이 흐르는 동안 인류가 답을 찾은 것이죠.

그런 것저첨, 김진명 작가는 우리가 찾지 못한 커다란 질문에 대한 답도 언젠가는 풀어낼 수 있을 거라고 말합니다. 그러니 지금 그와 같은 물음들에 혼란스러워 하지 말고 이렇게 생각하라고 조언해요.

우리는 성급하게 해답을 내지 말고 먼 미래로 이 어렵디어려운 숙제를 자꾸 밀어 보내야 한다. 그렇게 보면 우리 삶의 의미가 찾아진다. 굳이 큰 공을 세우거나 성공하지 않아도 자신의 삶이 어째서 중요한지, 무슨 의미가 있는지 분명해지는 것이다.

그냥 사는 것, 즉 징검다리의 돌멩이 하나처럼 세대를 끊지 않고 먼 미래로 이어주는 게 우리 인간에게는 최고의 의미요, 보람인 것이다.

나는 특히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어 허무와 무기력감에 빠진 모든 어르신들께 세대를 이어가는 일은 성인이나 위인으로 사는 것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반드시 말해드리고 싶다.

우등생뿐만 아니라 열등생도 소중하고 부자가 아니라 하더라도 얼마든지 당당하게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 누구나 존재하는 그 자체로 인류를 위해 공헌하는 것이므로.

<때로는 행복 대신 불행을 택하기도 한다> 68~69쪽


언젠가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인생의 의미를 찾아 헤맬수록 그것을 찾지 못할 것이고, 행복을 좇을수록 불행해질 것이라고.

인생이란 원래 불행한 것이라지만, 우리가 그것보다 더 불행해지는 이유는 지나치게 힘을 주면서 살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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