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에서 2018년에 방영한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봤다.

캐나다 나와 있는 동안 한국 최대한 안 보려고 했었다. 한 번 보기 시작하면 끝도 없고 시간 너무 많이 빼앗겨서 웬만하면 피하고 싶었다.
심심한 덴 장사 없다. 혼자 있는 시간이 꽤 있고 즐길거리가 다양하지 않다 보니 결국은 보게 됐다.
나온 지 벌써 8년이 된 드라마 '나의 아저씨'.

주변 사람들로부터 인생 드라마라는 평을 워낙 많이 들었어서 '꼭 봐야지' 하고 벼르긴 했었다. 실제로 시간을 많이 빼앗기긴 했지만 언젠가 한 번은 봤을 것이니 이왕이면 시간 많을 때 잘 봤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먼저 전반적인 소감. 인생 드라마라 할만 하다. 드라마를 보면서 이렇게 위로를 많이 받았던 적이 있을까.
주인공 박동훈(故이선균)을 둘러싼 후계동 사람들의 현실은 팍팍하다. 보고 있으면 골때리고 한숨 나온다.
매일 같이 모여서 술 마시고 축구하고 논다. 박동훈의 형과 동생은 여전히 어머니에게 많은 부분을 의지해 살아간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그들도 성장한다. 힘든 현실 앞에 굴하지 않고 꿋꿋이 달려갈 것임을 바뀐 말과 행동으로 보여준다.
'그래, 저게 사람 사는 거지', '저게 인생이지'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드라마 '나의 아저씨'.
등장인물 모두가 다 어려움을 겪지만, 그래서 드라마가 전체적으로 무겁다는 느낌이 들지만 시청자들의 가슴 따뜻하게 만들 수 있었던 건 단연 '박동훈'이라는 인물의 공이 클 것이다.

현실에서는 저렇게 앞뒤가 다르지 않은 좋은 어른을 만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니까. 이지안이 박동훈을 도청할 때마다 '제발 뒤에서 다른 말하지 마라...'라며 얼마나 기도했는지 모른다.
나의 바람대로 그는 그러지 않았고 다행히 권선징악까지 이루어졌다. 만년 부장 타이틀을 벗고 상무 자리에 오르는 순간 나도 그 사무실 사람들과 함께 박수를 쳤다.
착한 사람이 잘 돼서,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해온 사람이 잘 돼서 정말 기뻤다. 이 역시 현실의 회사에선 보기 힘든 일이지 않나.
정리하자면, 진짜 좋은 어른은 주변 사람들에게 어떻게 대하는지 눈앞에서 볼 수 있어서, 또 그가 회사에서 인정받고 전보다 더 활짝 웃게 되어서 (때로는 혼자 처절하게 울 수 있는 사람이 되어서) 좋았다.
'나의 아저씨' N차 정주행을 부르는 대사
아무것도 아니야.
박동훈이 이지안에게 몇 번이고 해준 말이 있다. '아무것도 아니다', '인생 망가졌다고 사람들이 수근거리고 비웃는 거? 아무것도 아니야'. '행복하게 살 수 있어.'
이 또한 현실에서 쉽게 들을 수 없는 조언이다. 누군가에게 힘든 일이 있을 때 '네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얘기하기가 어디 쉽나.
또, 그런 얘길 들었다고 해서 진짜 아무것도 아니게 되는 게 쉽나. 하지만 박동훈과 같은 판타지 속 인물은 할 수 있다. 실제로 도움도 될 것 같다. 인생 쉽지 않다 싶을 때 이 드라마, 다시 보고 싶어지지 않을까.

또 다른 대사 하나. 박동훈 부장의 말들도 다 좋았지만 나에겐 이게 베스트였다.
인생 그렇게
깔끔하게 사는 거 아니에요.
이지안의 할머니의 장례식에 후계동 사람들이 다 모인다. 휑하던 장례식장에 화환을 채워주고 온종일 북적이게 만들어준다. '할머니가 복이 있으시네'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화장터로 가는 날. 지안은 할머니의 영정 사진을 품에 안고 이렇게 말한다. "꼭 갚을게요."
이때 후계동 아저씨 중 한 명인 '제철'이 이렇게 답한다. "갚긴 뭘 갚아요. 인생 그렇게 깔끔하게 사는 거 아니에요."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빚을 진다. 실제로 돈을 꾸는 게 아니라 신세를 지거나 마음의 빚을 지는 것 말이다.
내 결혼식에 와준 사람들의 결혼식에 못 간 일, 누군가에게 밥을 얻어먹었는데 이번엔 내가 사려다 타이밍을 놓친 일, 지인이나 직장 동료의 생일을 깜빡하고 지나가는 일, 뭐 그런 것들.
그런 게 쌓이다 보면 알게 모르게 마음이 무거워지기 마련이다. 뭔가 찝찝한, 배은망덕한 사람이 된 것 같은 그런 느낌. 그런 거 없이 살았으면, 누군가에게 빚지는 거 없이 깔끔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늘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제철 아저씨의 대사가 마치 '괜찮아.' 라며 위로해 주는 듯해서 좋았다. 진짜 동네 아저씨 같은 인상의 박수영 배우의 연기에 힘입어 더욱 와닿았던 대사가 아니었을까 싶다.

드라마를 보다 보니 故이선균 배우가 많이 그리워졌다. 저런 선량한 이미지를 찰떡같이 잘 소화해 낼 수 있는, 그래서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건넬 수 있는 배우가 또 없을 텐데.
자신이 했던 대사처럼 '아무것도 아니야', '행복하게 살 수 있어'라고 되뇌면서 조금 더 힘을 내보면 어땠을까. 안타까웠다. 그를 그렇게 몰아갔던 우리 사회가 또 한 번 원망스러워졌다.
'나의 아저씨'와 그 속의 故이선균 배우만큼은 우리 곁에 오래도록 따스함으로 남아 주기를.

'✍ 꾸준히 생각하고 쓴 것들 > 영화 & 드라마 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이 영화 왜 욕먹지? 베테랑2 관람 후기, 좋았던 점 3가지 (2) | 2024.10.21 |
|---|---|
| 영화 ‘탈주’를 본 직장인 솔직 후기 | 혼자 보기엔 어떨까? (1) | 2024.07.09 |
| 인사이드 아웃2 솔직 후기 "어떤 사람이 될지는 네가 정하는 게 아냐" | 명장면 명대사 | 영화 리뷰 | 주말 추천 영화 | 쿠키영상 (0) | 2024.07.04 |
|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태어난 것”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리뷰 | 명장면 두 가지 | 넷플릭스 드라마 추천 (2) | 2024.06.21 |
| 영화 ‘시민덕희’ 후기 | 경찰은 언제까지 무능의 아이콘으로 남을 것인가? | 시민덕희 어디까지 실화? (1) | 2024.0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