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가공범'을 읽었습니다. 데뷔 40주년에 새로 시작하게 된 '고다이 형사' 시리즈라고 합니다.

책을 읽게 된 특별한 계기는 없습니다.
제가 해외에 잠시 나와서 살고 있는지라 한국 책을 자유롭게 사거나 빌려볼 수 없어서 밀리의 서재를 구독하고 있었습니다.
최근에 읽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은 '한여름의 방정식'이었고, 그전에도 갈릴레오 시리즈를 정주행 중이었어서 후속 작품이 있으면 읽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밀리의 서재엔 없더군요.
아쉽지만 다른 작품을 읽어보기로 하고 고른 것이 가공범이었습니다. 혹시나 앞선 소설들과 연결되는 후속작인가 싶어 찾아봤더니 그런 건 아니었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른 작품 '백조와 박쥐'에 등장했던 인물 고다이 쓰토무 형사가 가공범의 주인공인데 이전 작품과의 연결성은 거의 없는 것 같았습니다. 어떤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질지 기대하며 책을 읽어 나갈 수 있었어요.
* 총평
한 30~50% 정도 읽었을 때 들었던 솔직한 생각은 '좀 밋밋한데...?'였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양한 작품을 섭렵하신 다른 분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제가 그동안 읽어왔던 그의 소설은 특별한 재능을 가진 인물의 등장이나 신비로운 설정이 포인트였거든요.
'가공범'은 그렇진 않았습니다. 어디에선가 한 번쯤은 봤던 것 같은 살인 사건이 발생하고 경찰 조직에 속해 있는 형사가 차근차근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을 그립니다.
비상한 관찰력과 과학 지식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유가와 교수와 같은 인물도, 신비한 잡화점도, 녹나무도 없었습니다.
뭔가 낯설다 싶으면서도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책의 중후반부에 접어들어 있었습니다. 사건의 실체가 아주 조금씩 조금씩, 양파 마냥 한 겹씩 벗겨지며 드러나는데 점점 흥미진진해져서 후반부는 정신없이 읽어나갔던 것 같아요.
마지막에 가서는 등장인물들 사이에 얽히고설킨, 그래서 일어나 버린 비극적인 사건들에 안타까워하게 되었습니다.
한편으론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생각해 냈을까 싶어 감탄하기도 했고요.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군.' 하면서 저도 모르게 몰입했었나 봅니다.
* 줄거리
'가공범'은 한 부부의 죽음에서 그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부부의 집에 화재가 발생했는데 거기서 둘 다 주검으로 발견돼요. 아내가 남편을 살해하고 불은 지른 뒤 본인은 목을 매단 것 같은 현장이었지만 너무나도 작위적인 모습에 경찰은 진범이 따로 있을 거라 생각하고 수사를 시작합니다.
그러다 범인을 자처하는 자가 유가족에게 협박 메일을 보내온 걸 보고 고다이 형사를 비롯한 경찰은 철저히 그를 쫓아요. 그런데 고다이 형사는 그럴수록 사건이 미궁 속으로 빠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쫓고 있는 범인은 실재하지 않는, 누군가 만들어낸 '가공범'인 것 같다고 말하죠.
작은 실마리 하나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자세로 끈질기게, 성실히 탐문 수사를 해나가던 고다이는 그 과정에서 같은 조를 이루었던 야마오의 말과 행동에서 수상함을 느낍니다.
조심스럽게 야마오의 뒷조사를 하던 고다이는 마침내 피해자 부부와 야마오 사이의 접점을 찾아냅니다. 바로 고등학교였죠.
40년 전의 인연이 현재의 사건과 과연 관련이 있을까, 싶지만 고다이 형사는 만에 하나를 위해 정보를 하나하나 수집해 갑니다. 그렇게 마침내 도달하게 된 진실은 정말 가슴 아프고 충격적이었습니다.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요.
과연 어떤 사연이 쌓이고 쌓여서 40년 뒤 비극적 사건으로 점철되었던 걸까요. 어떤 걸 상상하셨든 그 이상의 이야기를 접하게 되실 겁니다.
처음엔 다소 지루하지 않나? 싶었지만 다 읽고 나니 다음 시리즈도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묵묵하게 정도를 걸으며 문제를 조금씩 풀어가다가 마지막에 판도라의 상자를 확 열어버리는 ‘가공범식’ 스토리가 앞으로는 어떻게 이어질지 기대됩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 ‘가공범’ 리뷰였습니다.
'📚 꾸준히 읽는 날들 > 우울할 땐 소설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히가시노 게이고 '블랙 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 줄거리, 독서 후기, 느낀 점 (4) | 2026.02.10 |
|---|---|
|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까지 믿어야 합니다" |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두 번째 읽은 후기 (5) | 2026.01.07 |
| 정유정 장편소설 '7년의 밤'을 읽고 (3) | 2025.12.15 |
| 히가시노 게이고 ‘한여름의 방정식’을 읽고 | 일본 추리소설 추천, 줄거리, 후기, 리뷰 (스포X) (10) | 2025.11.04 |
| 히가시노 게이고 갈릴레오 시리즈 5탄 ‘갈릴레오의 고뇌’를 읽고 (9) | 2025.08.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