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쇼맨과 운명의 바퀴'를 읽었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블랙 쇼맨' 시리즈 세 번째 책입니다.

블랙 쇼맨 시리즈는 총 세 권이 나와 있습니다. 첫 번째 책인 '블랙 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 이후에는 다 단편집입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은 장편을 선호합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진가는 그가 길게 쓴 이야기에서 나온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항상 그의 단편을 읽을 땐 큰 기대를 하지 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책장을 넘깁니다.
그게 '단편은 재미없음'을 의미한다는 건 아닙니다. 단편은 자투리 시간에 조금씩 꺼내 읽어도 부담이 없다는 장점도 있고, 단편일지라도 엄연히 '시리즈물'이기에 읽을수록 그 세계관에 점점 빠져든다는 매력도 있습니다.
이 시리즈에는 마술사 출신 '가미오 다케시'와 그의 조카 '가미오 마요'가 고정으로 등장합니다. 두 사람의 티키타카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그 어떤 작품에서도 볼 수 없는 재미 요소예요.
다케시는 형사나 탐정은 아니지만 마술사 특유의 관찰력과 교묘한(?) 행동으로 숨겨져 있던 진실에 다가가는 결정적 역할을 해요.
마요는 그런 삼촌의 눈에는 허당으로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구박과 불신을 받기도 하지만 마요는 거기에 굴하지 않고 따박따박 반존대로 할 말은 다 하는 당찬 캐릭터죠. 다케시와 함께 사건의 진상을 파헤쳐 나갈 땐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해내기도 합니다.
블랙 쇼맨 시리즈 단편의 또 다른 묘미는 살인 사건 없이도 독자가 궁금해 할만한 이야기가 가득하다는 것입니다. 단편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각각의 스토리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한번쯤은 고민해 보면 좋을 법한 질문을 남겨요.
예를 들면,
우리는 상대방의 자세한 사정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왜 일단 의심하고 보는가. 왜 그럴 거라고 쉽게 단정하는가.
꿈을 포기하고 품었던 차선의 목표를 이루기 직전,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당신은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이런 질문들 말입니다.
'일본 추리 소설이 다 그렇지, 뭐. 살인사건 나오고 형사가 추리해 내고, 식상하지 않나?'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 계신다면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특히 '블랙 쇼맨' 시리즈를 읽어보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추리 소설 작가가 휴머니즘을 탑재하면 어떤 작품이 나올 수 있는지 제대로 느낄 수 있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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