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취미생활/드로잉 & 캘리그라피

일단 한번 해보는 것의 힘

반응형

지난 연말,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캘리그라피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었던 것 같아요.

첫째, 손에 펜을 쥐고 무언가를 할 때 흥미를 느끼는
저 자신을, 최근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첫째 딸이 두 살일 때 육아휴직을 했었는데요.
아이와 그림을 그리면서 많이 놀았어요.
당연히 아이가 그릴 줄 아는 건 없어서
주로 제가 이것저것, 특히 뽀로로와 같은
만화 캐릭터들을 그려주곤 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아이보다 제가 더 재미있어하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러면서 옛날 생각이 났어요.

저는 어릴 때 만화 그리기를 정말 좋아했습니다.
드래곤볼이나 슬램덩크 만화책을 펴놓고
그대로 따라 그리며 놀곤 했어요.

나중에는 만화 그리는 법에 대한 책도 사서
좀더 전문적(?)으로 해보려는 시도도 했을 정도로
재미를 느꼈습니다.
실력이 그렇게 나쁘지도 않았던 것 같아요.

그림뿐만 아니었습니다.
중학교 때 다녔던 외국어 학원에서는 영어 필기체 쓰는 법을 배웠던 적이 있어요.
어린 나이에 그게 또 괜히 멋져보여서 열심히 연습했던 기억이 나는데요.

그 당시 얼마나 많이 써봤으면
약 20년이 지난 지금도 꽤 괜찮은 모양으로 써낼 수 있을 정도예요.
요즘에도 심심하면 혼자 필기체로 끼적이기도 합니다.

아이를 즐겁게 해주기 위해 노력하다가,
오히려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버렸네요.


둘째, 먼 훗날 퇴사 혹은 퇴직을 하더라도
저 혼자 해낼 있는 일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요즘 저희 회사는 구조적으로 큰 변화가 있어서
시끌시끌 합니다.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있을 거라는,
사실에 가까운 소문이 무성해요.

윗분들은 자기 자리가 없어질까 봐 전전긍긍 하기도 하고요.
그 아래 사원들은 원치 않는 부서로 발령이 날까 불안해 합니다.

개인의 입장에서 정말 억울한 일이지요. 하지만 조직을 탓할 수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조직은 항상 개인보다 우위에 있고
개인이 어찌할 수 없는 결정을 가혹하게 내려버리기도 하니까요.
어느 조직이든 그런 속성은 있다고 봐요.

그런데 그럴 때마다 우리는
신세 한탄을 하고 무력감을 느끼며 앉아 있어야만 하는 걸까요?

지금으로부터 10년, 20년이 지났을 때
지금 저의 직장 상사들처럼 조직이 변화 앞에서
불안에 떨고 싶진 않습니다.

조금이라도 젊을 때, 조직의 후광 없이
저 혼자 해낼 수 있는 생업을 갖고 싶어요.
​​
말은 이렇게 했지만
캘리그라피가 저의 생업이 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돈을 버는 사람은 정말 극소수에 불과해
제가 끼어들 틈이 없을 수도 있고요.

훗날 결과가 그렇다 할지라도
저는 '일단 한번 해보는 것의 힘'을 믿고 꾸준히 해보려고 합니다.

김민식PD님의 책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를 보면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나는 고작 한번 해봤을 뿐이다>(김민태 지음, 위즈덤하우스)라는 책을 보면
저자는 일단 한번 해보는 것의 힘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큰 목표를 세우기 전에 일단 작은 과제를 하나 시도해봅니다.
미션을 완수하면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끼고,
이는 다시 다음 미션의 동기부여가 됩니다.

이렇게 계속 하나씩 성취해가다 보면
어느 순간 인생의 극적인 변화를 맛보게 되지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요.
평범한 인생을 변하시키는 그 시작은 ‘한번 하기’입니다. 



한번이라도 해보지 않으면 저는 영영 악필로 남을 겁니다.
회사에 모든 운명을 맡기는 일개미로 우울한 인생을 살 수도 있고요.

하지만 책 한 권이라도 사서 따라 쓰다보면
일말의 가능성을 발견하거나,
아니면 하다 못해 소소한 취미라도 얻게 되겠죠 뭐.​​

아직 펜글씨를 연습하는 수준으로 하고 있지만
여러 가지 개인적인 상황들이 나아지면
좀 더 본격적인 캘리그라피에 도전할 생각입니다.

'일단 한번 해보는 것의 힘',
그것의 결과물을 조만간 공유하게 되길 바라봅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