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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풀 만화 ‘무빙’보다 ‘타이밍’을 먼저 봐야하는 이유

꿈꾸는 강낭콩 2025. 4. 28. 08:49
강풀 만화 타이밍
정주행 후기

강풀 작가의 '타이밍'을 만화책으로 다시 봤습니다. 

지난 1월에 저에게 주는 선물로 소장용 만화책을 샀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타이밍이었습니다. 미뤄두고 있다가 이제서야 보게 됐네요. 
 
강풀 작가의 작품은 시나리오가 좋다 보니 영화, 드라마로 재탄생하는 일이 많습니다. 최근에는 '무빙'이 드라마로 나와서 흥행한 바 있죠. '조명가게'도 그렇구요. (저는 아직 보진 못했습니다 ㅎㅎ)

 이렇게 강풀 작가의 작품들이 다시 주목을 받게 되어서 저도 덩달아 관심이 생기더군요. 만화책을 살 때 무빙을 살까 했는데 조금 더 초기 작품인 '타이밍'을 먼저 보고 싶단 생각을 했습니다. 
 
어쨌든, 마침내 타이밍을 펼쳐보게 됐어요. 


 
타이밍은 이른바 '시간 능력자'들이 등장하며 벌어지는 사건을 그리고 있습니다. 시간을 멈출 수 있는 영탁, 10분 후의 미래를 보는 세윤, 10초 전으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민혁, 처참한 사건이 벌어지는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박자기 선생님까지. 

이들은 서로 모르는 사이였지만 학교에서 일어나고 있는 의문의 살인사건을 막고자 하나 둘 힘을 모으게 됩니다. 
 
하지만 막으려 하면 할수록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요. 죽음을 맞게 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그들을 구하려는 시간 능력자들도 위험에 빠지게 됩니다. 

 살인사건은 왜 멈추지 않았던 걸까. 각자 다른 놀라운 능력을 지닌 시간 능력자들이 모였는데도 왜 일은 점점 더 커져갈까. 
 
여기에는 엄청난 반전이 숨어 있었습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줄거리는 여기까지 쓰도록 할게요 ㅎㅎ 안 보신 분들은 꼭 한번 보셔서 이 흥미로운 이야기의 결말을 직접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타이밍은 2005년 연재를 시작한 웹툰입니다.
 
저도 타이밍을 예전에 본 기억이 있는데, 이렇게 오래된 작품인지는 몰랐어요. 벌써 20년 전이네요. 
 
강풀 작가의 작품 중에서도 초창기에 속하다 보니 그림체는 좀 더 '만화'스럽습니다. 적절한 표현을 찾지 못하겠네요 ㅎㅎ 무빙이나 브릿지보다는 조금 더 표현이 단순하다고 할까요?
 
스토리도 군데군데 '작위적'이라고 느껴지는 부분들도 있었어요. 과거엔 몰랐는데 만화책으로 다시 정주행을 하니까 그런 부분이 보이네요. 
 
하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경험하곤 하는 느낌에서 착안한 설정들은 여전히 흥미로웠습니다. 

- 학창시절 떠들썩한 교실에서 갑자기 모두가 조용해지는 순간 -> 시간을 멈추는 능력이 있는 누군가가 시간을 멈춘 것

- 데자뷔 -> 누군가 시간을 과거로 돌려서 경험의 반복이 무의식 속에 남아 있어서 그런 것

- 내가 어딘가에서 떨어지거나 죽는 꿈 -> 이럴 땐 꼭 잠에서 깬다 

드라마든 영화든 설정이 재미있으면 반 이상은 먹고 들어간다고 봅니다. '타이밍'은 그런 관점에서 설정만으로 독자를 끌어들이는 힘이 있는 만화라고 생각해요. 
 
타이밍은 총 3권으로 되어 있습니다. 마지막에 보면 작가의 말이 나오는데 그 부분을 보면, 다른 것보다 왜 '타이밍'을 먼저 보면 좋은지를 알 수 있어요. 

사실, '타이밍'은 제가 봐도 무척 성기고 어설픈 지점이 많은 작품입니다. 15년이 지나면서 시대도 많이 변했고, 그림도 대사도 촌스러운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어쩌면 그래서, 가장 강풀다운 만화였던 것 같습니다. 지금 다시 그리라고 해도 이 이상은 못할 것 같습니다. 남들 보여주기 부끄러운데 이상하게 만족하는 작품이 바로 '타이밍'입니다. 

이후로 작품을 연재하고 발표할 때마다, 나만의 공식이 쌓이고 생각이 많아지면서 조심성 역시 늘어갔습니다. 그렇게 마감 생활에 지쳐갈 즈음에 '타이밍'을 다시 떠올렸습니다.

'타이밍'을 그리던 그때처럼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마구마구 그리고 싶어졌습니다. 그렇게 다시 '무빙'을 그렸고, '타이밍'의 주인공들과 합쳐지는 '브릿지'를 그렸습니다. 앞으로도 '타이밍'의 이야기는 계속될 것입니다. 

- <타이밍> 작가의 말 중

한 마디로 '무빙', '브릿지' 세계관의 출발점에 있었던 작품이 '타이밍'이었다는 것이죠. 

강풀 작가에게 '타이밍' 연재의 과정이 없었다면 이후의 작품은 탄생하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무빙'이 드라마화 되면서 상대적으로 '타이밍'에 대한 언급이 적은 것 같습니다. 
 
저는 '무빙'도 웹툰과 만화책으로 다 봤습니다. 무빙이 스케일도 훨씬 더 크고 그림, 스토리의 완성도도 더 뛰어나다는 걸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 작품을 있게 한 건 '타이밍'이란 걸 부정할 순 없습니다. 타이밍을 먼저 보시면, '아, 이런 과정을 통해서 '무빙', '브릿지'가 나올 수 있었던 거구나' 하고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딱 3권! 빨리 읽으시는 분들은 두어 시간이면 다 보실 수 있는 분량입니다. 뭔가 재미있는 이야기가 읽고 싶을 때 한번 펼쳐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희망의 싹 틔우는 하루 되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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